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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서 마음으로/이음생각

글씨를 배우는 과정과 나를 알아가는 과정

2023년 상반기를 너무 정신없이 달려와 마음은 분주하여 순간순간 조급해지고 생각은 여기저기 흩어져 집중이 잘되지 않아 마음과 생각을 가다듬고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여 센터 근처 종합사회복지관에서 진행되는 캘리그라피 강좌를 신청해 첫 수업을 다녀왔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입학하여 색연필, 싸인펜으로 선긋기를 처음 시작했을 때처럼 붓펜을 잡고 선긋기부터 시작했다. ‘선긋기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면서 붓펜을 잡고 쓱쓱 그었는데 선생님께서 한 호흡으로 같은 굵기가 되도록 천천히 해야 한다고 말씀하시는데 마음을 다시 가다듬고 설명하신 대로 선긋기를 하는데 왜 이리 잘 되지 않는지... 내 마음이 얼마나 조급해져 있는지를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붓펜을 잡고 마음을 가다듬은 후 다시 바른 자세로 선긋기를 하면서 기초를 다지고 기본을 충실히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님을 새삼스럽게 느끼고 마음 속으로 ‘차근차근’을 생각하며 심호흡을 했더니 조금씩 조금씩 굵기도 일정해지고 한 호흡에 길게 선긋기를 할 수 있었다. 어깨도 아프고 팔도 아파왔다. 나의 자세도 얼마나 바르지 않았는지를 새삼스럽게 느끼게 되었다.

선긋기 연습이 끝나고 ‘ㄱ’연습이 시작되었다. ‘ㄱ’옆에 모음이 붙는지 아래에 모음이 붙는지에 따라 ‘ㄱ’의 길이에 차이가 있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고 평소에도 의식하지 않고 쓱쓱 썼는데 붓펜으로 ‘가’와 ‘고’자를 쓴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글자를 쓰는 속도에 있어서도 순간순간 조급해져 가는 나의 모습을 보며 마음 속으로 얼마나 진정을 시켰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종이를 삐뚤하게 놓고 쓰다 보니 글자가 오른쪽으로 올라가는 현상도 발견되었다. 글자를 쓰는 자세, 종이의 위치, 글자를 쓰는 손의 힘 등이 많은 요소들이 글씨 하나하나에 영향을 줄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진지하게 하게 되었다.

캘리그라피 첫 수업을 다녀오면서 자신의 마음을 알아가는 상담의 과정도 새롭게 글씨를 배우고 글자를 써 내려가는 과정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바쁘고 조급하게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자신의 모습인 생각, 감정, 태도 등에 대해 의식하지 않으면 지금 내 삶의 자세가 어떤지, 생각의 방향은 어디를 향해가고 있는지, 일상의 경험 속에서 느끼는 감정들이 어느 정도로 느껴지고 있는지 등을 놓치고 그냥 익숙해진 상태로 흘러가버리지는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힘이 들겠지만 생각의 선긋기, 감정의 선긋기, 태도의 선긋기처럼 자신에 대해 알아기의 기본부터 차근차근 하다 보면 내 생각, 감정, 태도가 어떤지, 어떤 방향을 향해 있는지 알아차리고 자신만의 글씨로 잘 표현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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