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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서 마음으로/이음생각

나목

잎이 다 떨어져서 가지만 앙상하게 남아 있는 나무를 나목이라고 한다. 요즘 같은 추운 겨울 우리는 주변에서 흔하게 나목을 볼 수 있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노란 얼굴로 봄을 알리는 개나리, 지천을 붉게 물들인 진달래, 빨간머리 앤이 나올 것 같은 벚꽃 나무 등은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우리를 미소짓게 하고 행복한 추억을 떠올리게도 하며 그 순간을 기억하고자 쉴새없이 사진을 찍게 한다. 울창한 여름의 짙은 녹음은 싱그럽고 시원한 기분이 들게 한다. 가을은 어떠한가? 노랗고 빨갛게 물들인 고운 단풍을 보고 있노라면 정말 자연에서 이런 색이 나올 수 있을까 하는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이에 비해 한 겨울 나목은 볼품도 없고 우리의 시선을 끌지도 않는다.

 

우리의 인생에도 한 겨울 나목과 같은 시기가 있다. 그저 그 자리에서 견뎌야 하는 시기 말이다. 누구에게나 이 시기가 있고 이런 경험은 반복된다. 나목이 할 수 있는 것은 추운 겨울 그 바람을 맞으며 견디는 일이다. 하지만 그 견딤은 희망없는 수동적 견딤이 아니라 잎이 나고 꽃이 피는 것을 기다리는 적극적인 견딤이다.

 

내담자의 삶과 나의 삶의 여정을 보면 고통의 시기에 이 적극적인 견딤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는다. 우리 모두의 내면에는 성장하고자 하는 욕구, 진짜 내가 되고 싶은 욕구가 있다. 버림받을 것이 두렵고 타인의 인정과 지지를 잃는 것 등이 두렵지만 우리 내면을 가만히 더 들여다보면 누구에게도 흔들리지 않는 진짜 내가 되고 싶은 욕구가 있다. 자신만의 삶의 의미와 가치를 가지고 살아가는 삶 말이다. 우리에게 있는 고통은 어쩌면 그 성장으로 가는 과정 중에 오는 필연적 아픔인지 모른다.

 

이 고통의 시기, 견딤의 시기를 어떤 자세로 보내야 할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안에 있는 이 고유한 가치와 성장하려는 욕구 등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우울하고 불안해하며 공포를 느끼고 때로 회피하는 모습이 나의 전부가 아니다. 한 겨울 나목의 겉모습이 나목의 전부가 아니듯이 말이다.

 

상담실에 왔다는 것은 이미 그 고통을 직면하고 견디겠다는 말이며 내가 피울 잎과 꽃이 어떤 것인지 알고 적극적인 견딤을 하겠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나는 내담자는 용기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가만히 눈을 감고 자신이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삶을 기대하는지 내면의 소리를 들어보자. 그리고 그 여정으로 가고 있는 흔들리는 나를 보듬어주며 위로해지고 지지해 주자. 당신은 당신으로 있을 때 가장 아름답다.

 


부산이음심리상담센터

☎ 051.867.57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