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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서 마음으로/이음생각

좋은부모

아이가 폐렴으로 소아병동에 입원하게 되면서 다양한 부모의 모습을 만날 수 있었다.

어린아이들은 아플 때 참는 것이 어렵고 그렇다고 말로 아픔을 다 표현하기가 어렵다.

그저 모든 아픔과 힘듦을 울음과 짜증, 그리고 칭얼거림으로 표현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아이가 아파서 끙끙댈 때 부모 역시 마음이 아프고 대신 아파줄 수 없음에 안타까운 것은 어느 부모나 같은 마음일 것이다. 하지만 아픈 아이를 대하는 부모들의 태도는 모두가 다 다름을 볼 수 있었다.

이 모습 중에 어떤 모습이 좋은 부모의 모습이고 어떤 모습은 좋은 부모 모습이 아니라고 평가할 수는 없다. 아이를 위해서 밤잠을 설쳐가며 간호하는 모습, 자신의 끼니는 그저 아이가 남긴 밤으로 때우며 아이의 식사를 먼저 챙기는 모습, 유모차와 링거 걸이를 동시에 밀고 다니며 복도를 산책시키는 모습, 띠를 띠고 등을 두드려가며 재우는 모습, 아파하는 아이를 안고 간호사실 앞에서 동동거리는 모습 등등.

이런 모습을 보면 바람직한 양육 태도가 어떤 것이고 좋은 부모의 모습은 이런 것이라고 정의를 내리면서 바람직한 모습에 대한 표준이 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자신의 몸도 힘들고 지쳐가지만 어린 자녀를 위해 희생하는 엄마, 아빠들의 모습을 보면서 모든 모습 하나하나가 좋은 부모의 모습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부모들은 왜 그렇게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 전전긍긍하고 있으며, 수많은 육아프로그램에서 자녀를 잘 양육하기 위한 솔루션들이 나오고 양육 관련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일까?!

 

자녀들에게는 존재 자체로만으로도 좋은 우리 엄마, 아빠인데 우리 부모들이 스스로 좋은 부모라는 틀을 만들어 자신에게 당위성을 부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게 된다.

좋은 부모란 아이의 특성을 잘 알고 맞춰서 양육해야 한다.”, “아이가 훌륭하게 잘 자랄 수 있도록 지원해 주어야 한다.”, “누가 봐도 아이를 잘 키운다는 소리를 들어야 한다.” 등으로 생각하면서 말이다.

그러다 자신에 대한 당위성은 타인에 대한 당위성으로 전환되어 자녀에게 내가 너를 잘 키우기 위해서 이렇게 애를 쓰는데 너는 훌륭하게 좋은 직업을 가지고 성공한 사람으로 자라야 한다.”라고 전가되고 있지는 않은지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자신이나 타인에 대한 당위성은 부모와 자녀 사이에 경직되고 긴장된 관계를 만들게 되고 기대한 바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결국 실망감, 좌절감, 분노만을 느끼게 될 뿐이다.

자녀에 대한 실망감, 좌절감, 분노는 다시 내가 뭘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은 아닌지 부메랑처럼 다시 되돌아와 자신에 대한 실망감, 좌절감, 자책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런 연속 고리 속에서 부모-자녀 관계는 악화할 수밖에 없음을 우리는 금방 알아차릴 수 있다.

 

자녀를 양육하고 있는 모든 부모라면 자녀를 잘 양육하고 키우고 싶은 마음은 같을 것이다. 하지만 외적인 조건으로만 좋은 부모상에 얽매여 부모-자녀의 관계를 좋은 관계로 만들지 못한다면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다.

물론 내가 경청의 방법을 잘 모른다면 경청하는 방법도 배우고, 메시지를 전달할 때 좀 더 부드러운 방법으로 전달하고 싶다면 어떻게 할 수 있을지 배울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내 아이의 기질적 특성을 알고 나의 특성을 알아 좋은 관계를 위해 어른인 부모가 조금 더 노력은 할 수 있겠지만 좋은 부모는 무엇을 해 주기 때문에, 어떤 방법으로 양육하기 때문에 만들어지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어떤 광고에서 나도 엄마는 처음이라서.”라는 문구를 본 적이 있다.

어느 부모도 부모가 되어 봤기 때문에 부모가 되지는 않는다.

아이가 성장하듯이 부모도 아이와 함께 성장하는 것이다.

아이가 처음 걸음마를 시도할 때 아직은 다리에 힘이 없어 계속해서 엉덩방아를 찧다 보면 스스로 요령도 생기게 되고 다리에 힘이 생겨 한 발짝 내디디며 성공을 하게 된다.

부모도 그만큼의 시행착오와 실수가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시행착오나 실수를 견디지 못하는 것은 자녀가 아니라 부모 자신인 것 같다.

어떻게든 이 실수와 시행착오 없이 훌륭하게 부모 역할을 하려고 이런 방법, 저런 방법을 다 해 보면서 말이다.

그러나 어떤 양육 서적이나 육아프로그램에서든 내 아이에게 딱 맞는 솔루션을 주지는 않는다. 필요하다면 내가 그 내용을 내 것으로 잘 소화해 나와 내 아이의 상황에 맞춰서 잘 사용해야 한다.

그런데 책에서 혹은 TV에 나온 전문가들이 말한 대로 잘 안 되었다고 한탄하면서 자신을 채찍질하다 보면 부모로서의 자신감이나 양육효능감이 자꾸 낮아질 수밖에 없어지는 것은 아닐까 싶다.

어떤 부모도 완벽할 수 없다. 그저 아이와 함께 노력하고 성장해 나가고 있을 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내 아이를 알아가기 위한 인내심, 엄마 또는 아빠로서 자녀와 함께 성장하고 있는 나에 대한 인내심!

 

나와 내 아이가 성장의 고통을 함께 경험하면서 인내심을 가지고 나의 실수와 시행착오를 인정하면서 그것을 다시 디딤돌 삼아 다음에 좀 더 성장한 모습을 보이는 부모, 노력하는 부모가 아이들에게 더 멋지고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으리라!

 

아이보다 앞서가면서 끌어당기지 않고 그렇다고 뒤에서 힘주어 미는 것도 아닌 옆에서 보조를 맞춰 함께 걸어가는 부모가 좋은 부모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