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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서 마음으로/이음생각

doing과 being 사이에서

얼마 전 도교 올림픽이 끝났다. 여러 화제 중 시몬 바알스 선수의 기권 소식은 모두를 놀라게 했다. 도쿄 올림픽 6관왕을 기대하며 세계의 시선이 그녀에게 몰렸던 순간, 그녀는 당당히 기권을 선택했다. 자신에 대한 과도한 기대가 부담이 됐다고 하는 그녀는 어깨에 온 세상의 짐을 진 것처럼 느껴졌다고 했다. 더욱이 시몬 바알스는 중압감에 의한 심리적 균형 상실인 트위스티즈를 겪고 있다고 했다. 트위스티즈는 체조 선수들이 몸을 너무 많이 사용하다 보니 공중에서 감각을 상실하여 추락할 수도 있는 위험한 증상 중 하나다.

 

운동 선수들에게 이와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는데 야구 선수들에게 나타나는 블래스 신드룸은 투수가 갑자기 스트라이크를 아예 던지지 못하는 등 제구력 난조를 겪는 것을 말한다. 블래스 신드룸은 신체적으로는 별 문제가 없으면서 뜻한대로 몸이 말을 듣지 않는 것으로 일종의 심리적 불안증세일 수 있다. 말 문이 막히는 것처럼 몸이 말을 듣지 않는 것이다. 자신의 던진 공에 따라 경기의 실패가 달라지는 긴장되고 불안한 순간을 잘 관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어떤 분야든 상관없이 우리는 한 번씩 이런 증후군 또는 슬럼프를 겪는다. 잘 해 왔던 일이 갑자기 어렵게 느껴지기도 하고 못할 것 같은 두려움이 몰려온다. 여서정 선수 역시 갑자기 도마가 너무 높아 보여 넘을 수 없을 것 같은 슬럼프를 겪었고 가수 아이유 또한 무대공포증으로 한 동안 힘든 시간을 보냈다.

 

 

우리는 늘 doingbeing사이의 저울을 왔다 갔다 하며 사는 것 같다. 짧은 시간 빨리 그럴듯한 성취와 결과를 요구하는 것에 익숙한 요즘 시대 속에 뭔가를 보여야 하는 압박감과 긴장은 우리의 일상이 되었고 그러지 못할 때는 나의 존재 가치가 무너지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우리에게 너무 익숙하고 당연한 것이 되어버린 성공, 그러기에 실패를 통해 배우는 지혜, 과정으로서의 즐거움 등은 먼 얘기가 되기도 한다.

 

우리 모두에게는 무너지는 순간이 있다. 이 순간이 겉으로 볼 때는 실패같아 보일 수 있지만 이것은 또 다른 기회가 된다. 비로소 우리는 멈춰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본다. 지친 나의 마음을 위로할 수 있고 타인의 인정과 지지에 목마른 나에게 괜찮다고 말할 수 있다. 실패라고 느끼는 그 과정을 통해 인생의 가치와 의미를 재구성하며 자신의 능력에 맞는 목표를 세워갈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우리에게는 doing이 필요하다. 일정한 정도의 결과를 내고 뭔가를 해 내야 한다. 하지만 나의 doing이 타인을 위한, 타인의 인정을 위한 doing만 되어 버린다면 우리는 우리 자신을 잃어버리게 된다. 우리는 존재 자체로의 자신에 대해 귀를 기울일 수 있어야 한다. 무엇인가를 하지 않아도 나를나로 충분히 받아줄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내 감정이 어떠한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신체 느낌은 어떠한지, 뭘 원하는지 등 나를 만나주어야 한다. 때로 머물러주며, 때로 기다려주며 때로 격려하며 만나줄 때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갈 수 있으며 being에 기초를 둔 doing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때로 혼자 마음을 보기 힘들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보시길 권한다.

 

 


부산이음심리상담센터

☎ 051.867.57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