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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서 마음으로/이음생각

상담자의 공감, 정확해야 하나?

기본적인 상담기법 하면 경청과 공감이다. 이 두 가지는 상담의 기초이며 상담 과정 내내 상담 관계 증진 뿐 아니라 효과적인 치료를 위한 중요한 상담기술이다. 상담자라면 한 번쯤 아니 어쩌면 자주 공감 강박을 경험한다. 내담자의 말을 정확하게 반영해서 돌려줘야 할 것 같은 일종의 강박 말이다. 어떤 경우 내담자의 말을 듣는 순간 가슴으로 그 마음이 어떤지 느껴져 바로 공감이 되는 경우도 있고, 인지적으로 이해가 되면서 공감이 되는 경우도 있다. 어떤 경우 상담자가 감정을 반영해주거나 그 감정 이면의 내담자의 욕구를 공감했는데 그건 아닌 것 같다는 답변이 돌아오기도 한다. 이럴 때 상담자는 움찔하기도 하고, 뭔가 내담자의 마음을 못 알아준 것 같은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내담자의 마음을 정확히 알고 반영해줘야 괜찮은 상담자인 것 같고 내가 상담을 잘 하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 때도 있다.

 

그렇다면 공감은 정확해야 하는 걸까? 공감에 대한 대표적인 학자 RogerKohut가 정의하는 공감을 비교해 보자. Kohut와 Rogers가 말하는 공감에는 비슷한 점이 있다. 공감은 치료의 주요한 본질적인 요소라는 것, 둘째 치료자의 공감을 내담자의 주관적 세계를 인식하는 태도로 간주하는 점, 셋째, 의사소통으로서의 공감을 강조한 점이다. 마지막으로 치료자의 공감이 내담자의 자기 성장에 기여한다는 점이다.

 

Kohut와 Rogers의 공감에 대한 차이는 공감적 이해와 공감의 실패에 대한 의사소통의 차이점이다. 인간중심치료에서는 내담자가 경험하고 있는 내적 세계에 대한 치료자의 정확한 공감을 표현하고 전달하는 것을 중요시한다. 즉 공감적 의사소통의 핵심은 정확한 이해를 전달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자기심리학에서는 치료자가 아무리 정확하고 완전하게 내담자를 공감한다고 해도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본다. 치료자의 완전한 공감적 이해가 제공되지 않을 때 내담자는 분노와 절망과 같은 정서적 반응을 보일 수 있지만 점차 좀 덜 완전하게 제공된 치료자의 공감적 이해를 인내할 수 있게 된다. 이런 공감적 연결의 파괴와 회복은 효과적인 치료 관계에서 불가피하며 치료실 안과 밖에서 다른 사람들이 완전한 자기 대상이 되어주지 않아도 자기 구조를 버티고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을 형성하게 하기 때문에 내담자에게 유익하다고 보았다.

 

애착 이론에서도 역시 완벽하게 조율하는 엄마(또는 치료자)는 아마도 실현 가능한 이상형도 아니고 전적으로 바람직한 상도 아니라고 했다. 아이들과 내담자는 ‘꼭 들어맞음의 경험’을 통해서만이 아니라 분리성과 차이의 경험을 통해서도 성장한다. 결국 내담자는 치료자의 꼭 들어맞음 경험을 통해서 이해받고 수용받는 경험을 하고 이를 통해 자신을 이해하고 수용하며 타인을 공감하는 장으로 나아가기도 하지만 치료자의 완전한 거울반영의 실패로 인한 좌절로 인해 최적의 좌절을 경험하면서 치료자가 완전한 대상이 되어주지 않더라도 자기 구조를 잘 버티어 나가는 힘을 기르게 되고 나와 타인이 다르며 분리된 존재라는 것도 알게 되는 것이다.

 

Winnicott 역시 완벽한 엄마가 아닌 충분히 좋은 엄마(good-enough mother)의 개념을 얘기했다. 결국 상담자는 그 때 그 때 내담자와 상호작용하며 진실되게 반응하면 된다. 못 알아들었으면 다시 물어보면 되고 공감에 실패했을 때는 다시 조율해 나가면 된다. 이런 조율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 상담자는 공감에 방해되었던 자신의 내면의 역동을 보며 성찰하면서 성장하고 내담자 또한 좌절 속에 견디는 힘을 기르고 자기를 만나게 된다. 실패와 좌절이 있는 우리의 인생에서 성장이 있듯 상담장면 또한 그러하다. 결국 상담 장면은 내담자와 함께 상담자도 같이 성장하는 장이다.

 

 

 


부산이음심리상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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