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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이야기/아동상담

까다로운 아이 어떻게 양육할까요?

자연은 참 우리에게 많은 것을 깨닫게 해 준다. 이름 모를 많은 야생화들, 꽃을 피우기 직전의 봉우리, 저마다 꽃 피는 시기가 다른 나무, 낙엽이 떨어지는 모습, 하물매 한 겨울 볼품없는 나무들도 우리에게 지혜를 준다. 그렇게 자연의 순리를 묵상하고 있노라면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통찰이 생긴다.

센터를 개소하며 집에서 키우던 벤자민을 가져왔다. 센터 대기실에 풍성한 벤자민이 모네 그림과 잘 어울려 아늑한 느낌을 더해 주었다. 원래 잎이 좀 떨어지는 아이였기 했지만 그래도 잘 자라주는 듯 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잎이 우수수 더 떨어졌다. 건조한가 싶어 일주일에 한 번 주던 물을 2,3번 더 주었다. 그래도 잎이 자꾸 떨어지길래 인터넷을 찾아보니 식물이 환경에 적응할 때 나타나는 현상 중 하나가 잎이 떨어진다는 것이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 애를 쓰고 있었던 것이다. 하물여 우리 아이들은 어떨까?

 

새학기가 시작되거나 환경이 바뀔 때 유독 적응을 힘들어하는 아이들이 있다. 요즘 코로나로 인해 온라인 수업이 많아지고 학교를 안 가는 공백기가 많아짐에 따라 적응을 어려워하는 아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특히 새로 초등학교나 중학교, 고등학교를 입학하는 1학년 학생들의 어려움은 더 큰 듯 하다.

환경적인 여러 이유로 적응이 어려운 경우도 있지만 유심히 살펴보아야 할 것이 아이의 기질이다. 까다로운 기질의 아이들은 영아기 때부터 수면이나 먹는 것 등이 불규칙하고 오감이 예민하며 낯선 장소나 사람에 대한 적응시간이 오래 걸리는 경우가 많다. 자극에 민감하다 보니 산만하게 보일 정도로 여기저기 뛰어다니다 급작스러운 행동을 하기도 하고 불안한 감정을 공격적인 행동으로 표현할 때도 있다. 아이의 기질을 모르는 부모는 드러나는 행동을 문제시 여겨 빨리 통제하고 수정하려고 하다 보니 어려움이 더 커기지도 한다.

기질이란 생물학적인 특성으로 태어나서 일관된 패턴을 보이는 것이다. 기질에는 순한 기질, 까다로운 기질, 늦되는 기질이 있는데 순한 기질 40%, 까다로운 기질 10%, 느린 기질은 15%정도 된다고 한다. 까다로운 기질의 아이를 양육하는 대부분의 부모들은 양육의 어려움을 호소하시고 부모로서 자기효능감이 떨어지는 경험을 많이 하신다. 자녀의 기질을 잘 알지 못하면 자녀를 문제있는 아이로 인식하거나 부모 스스로 부족함을 느끼며 자책하게 된다.

 

우선은 아이가 어떤 기질의 아이인지를 이해하고 그 기질에 맞는 양육태도가 중요하다. 아이가 까다롭고 예민한 기질의 아이라면 아이의 특성이 다양한 상황에서 어떻게 드러나는지를 관찰하고 드러나는 행동 이면의 아이가 느끼는 감정을 수용적인 태도로 공감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공격적 행동이나 짜증을 많이 내는 아이의 경우 사실은 이면에는 낯선 환경이나 변화에 대한 불편함 즉 불안이나 두려움이 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이나 단순한 짜증 이면에 아이가 느끼는 감정이 무엇인지 포착하여 그 마음을 공감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아이의 부정적인 감정이나 행동에 대해 평정심을 가지고 일관성 있는 태도를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 두 번의 공감으로 아이를 바꾸려고 하면 부모 스스로 좌절감을 느껴 지칠 수 있다. 따라서 인내심을 가지고 꾸준히 일관성 있게 지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이의 기질에 맞는 양육태도 만큼 중요한 것이 부모가 자신의 마음을 살피는 것이다. 아이의 부정적 감정이나 행동에 대해 부모로서 나는 어떻게 느끼는가? 예를 들어 아이가 슬퍼서 울고 있을 때 그것은 슬픔이라는 감정이다. 그런데 아이가 슬퍼하고 있는 모습을 봤을 때 아이의 감정(슬픔)에 대한 부모의 감정은 또 다를 수 있다. 이것을 감정에 대한 감정, 초감정이라고 한다. 사실은 아이의 부정적인 감정 자체보다 그 감정에 대해 부모가 느끼는 감정으로 인해 양육의 어려움이 생기는 경우도 많다. 나의 초감정이 무엇이며 이 감정이 나의 어린시절이나 성장과정의 어떤 경험과 관련있는지 살펴보면 스스로를 이해하기 쉽다. 이 때 중요한 것은 자신의 초감정에 대해 판단하지 않고 수용해주는 것이다. 이렇게 자신을 이해하고 나면 자녀를 좀 더 객관적으로 보고 수용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두번째 부모가 자신의 마음을 살피는 방법은 양육 스트레스를 적절히 해소하는 것이다. 까다로운 아이를 양육할 때 부모들에게 인내심이 요구된다. 양육 스트레스를 적절히 해소하지 않으면 자녀에게 긍정적인 에너지가 나갈 수 없고 이는 다시 부모에게 좌절감과 자책감으로 돌아온다. 양육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시간과 기회를 갖는 것이 중요하며 만약 혼자 해결할 수 없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보는 것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의 기질을 바라보는 부모의 관점이다. 아이의 다른 기질에 대해 나는 어떻게 바라보는가? 기질의 차이는 다른 것이지 틀린 것이 아니다. 아이들은 부모의 눈빛, 나를 대하는 분위기와 태도 등을 보며 나를 수용하는지를 기가 막히게 알아차린다. 조금은 까다롭고 예민하고 느린 아이의 기질을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고 기다려주며 부모가 수용해줄 때 아이도 자신을 자연스럽게 수용해 나간다. 기질은 바꾸는 것이 아니라 수용하는 영역이다.

벤자민의 상태를 알고 따뜻한 햇빛과 공기를 맞게 해 주니 잎이 떨어지는 고통을 이겨내고 새로운 아기 새싹들이 여기 저기 피어나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상태와 기질을 알고 그것에 맞게 그 마음을 알아 준다면 아이는 부모의 인내와 수용의 힘으로 자신만의 고유한 나로 아름답게 성장할 것이다. 성장에는 고통이 따르지만 그 고통을 통해 부모도 아이도 함께 성장하며 더 큰 세상을 향해 나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