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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이야기/성인상담

성격시리즈7 - 인지로 성격이해하기

사람은 저마다 생각하는 방식이 모두 다릅니다. 주스가 절반쯤 담긴 컵을 보고 어떤 사람은 주스가 아직 반이나 남아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또 어떤 사람은 주스가 겨우 반 밖에 남아 있지 않다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낯선 이를 만났을 때 혹시나 나에게 해를 끼치지는 않을까 생각하며 피하는 행동을 하거나 저 사람을 통해 새로운 정보와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접근하는 행동을 하기도 합니다. 이와 같이 동일한 상황일지라도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생각을 하는데 상황을 바라보는 인식의 틀, 즉 구조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특정한 상황을 바라보는 인식의 틀은 개인의 성격을 구성하는 핵심적 요소가 됩니다.

인간의 성격을 이해하는데 있어 인지를 강조하는 관점에서는 선행사건(A)에 대한 정보처리(B)가 결과(C)를 유발한다고 봅니다. 우리의 인지적•정서적•외현적 행동 반응은 우리가 처한 사건 자체가 아니라 그 사건에 대한 해석 즉, 정보처리(B)에 의해서 나타난다고 보는 것이지요. 앞에서 보았던 예에서 목이 마른 상황, 낯선이를 만난 상황(선행사건; A)에서 나타나는 각각의 두 가지 반응(C)이 바로 개인의 정보처리(B)에 의해 나타나게 된 것이지요. 인지주의 이론가들은 이러한 정보처리에 해당하는 ‘인지도식’이 우리의 성격에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고 보았답니다.

인지도식이란, 우리가 자기 자신과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하나의 규칙과 같은 것으로 동일한 사건에 대해서 개인마다 다르게 해석하고 각기 다른 반응을 나타내게 하는 틀을 말합니다. 쉬운 예로 비관주의자의 눈에는 이 세상 모든 것이 부정적인 면부터 보이는 반면, 낙관주의자의 눈에는 세상의 밝고 아름다운 측면이 먼저 보이게 되는 것도 인지도식이 개인으로 하여금 환경적 자극에 선택적으로 주의를 기울이게 하고 그 의미를 그에 맞추어 편향된 방향으로 해석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인지도식의 특성을 ‘자기영속화’라고 하는데 개인으로 하여금 인지도식과 일치하는 정보에 선택적으로 주의를 기울이게 만들 뿐만 아니라 생활사건의 의미를 도식과 일치하는 방향으로 해석하게 함으로써 도식을 더욱 강화하면서 지속시키는 것입니다. 이러한 인지도식의 속성으로 인해 개인의 성격이 다양한 생활경험을 함에도 불구하고 쉽게 변하지 않은 채로 일관성 있게 지속되는 것입니다.

각자가 형성한 인지도식은 생애 초기에 환경이 개인에게 제공한 겅혐과 개인의 타고난 기질이 개인의 이러한 정서 욕구를 얼마나 충족시켰는지에 따라 달라지게 됩니다. 먼저, 인간이 생애 초기에 타인으로부터 어떤 환경을 제공받았는지는 개인의 도식 형성에 영향을 줍니다. 생애 초기에 인지도식 형성에 영향을 주는 타인이란, 주로 가족을 의미하고, 인지도식 형성에 영향을 주는 환경이란, 객관적이고 물리적이 환경이라기 보다는 주로 심리적 환경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인지도식을 형성하는 생애 초기 경험이란 가족과의 관계에서 어떤 경험을 했는지를 의미하는 것이지요. 자신의 방을 가지고 자란 것보다 그 방을 가졌다는 사실에 대해 개인이 어떻게 느꼈는지가 인지도식의 형성에 있어서는 더 중요합니다. 자신의 방을 가졌더라도 부모나 다른 형제들과 단절된 것으로 경험하는 심리적 환경은 한 개인의 성격에 영향을 주는 인지도식에 큰 영향을 주겠지요.

둘째, 정서적 기질 역시 인지도식 형성에 영향을 주는데 아이들은 생물학적으로 자극에 반응하는 방식에 있어 일정한 패턴을 가지고 태어납니다. 어떤 아이는 관계에 있어 더 사교적이고 어떤 아이는 더 수줍어 합니다. 인내심이 높은 아이가 있는 반면 금방 싫증 내는 아이가 있습니다. 이러한 특성은 양육자인 부모로 하여금 그에 따른 양육반응을 이끌어내게 되는데 더 예민한 특성을 나타내는 아이가 부모의 짜증스러운 반응을 유발하듯이 정서적 기질은 아이가 생애 초기에 겪는 사건들과 상호작용하여 인지도식을 형성하는데 영향을 줍니다. 한편 동일한 환경에서라도 기질이 다른 아이들은 다른 인지도식을 형성하기도 합니다. 감정에 다소 둔감한 엄마의 거절적이고 냉담한 양육 환경에서 사교성이 높은 아이는 타인과의 관계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엄마가 아닌 다른 사람과 긍정적 관계를 맺으려고 할 것이고 수줍음이 많은 아이는 대인관계에서 더욱 움츠러들고 자신을 드러내지 않게 되면서 사회적 관계가 빈약해 질 수 있게 됩니다.

셋째, 생애 초기 환경과 정서적 기질은 일반적으로 상호작용을 하는데 둘 중 하나가 극단적으로 좋거나 나쁜 경우는 다른 하나를 무력화시키는 특징을 가집니다. 예를 들면 불안정한 정서를 타고난 아이라 하더라도 매우 안정적이고 수용적이며 적절한 양육환경을 경험한다면 자신과 타인을 긍정적인 존재로 지각하고 안정적이고 편안한 관계를 맺을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긍정적 정서와 사교성을 타고난 아이라 하더라도 매우 불안정한 양육 환경을 경험하게 되면 대인관계에서 위축되거나 불안정한 행동 패턴을 보일 수도 있습니다.

 

이와 같이 인지도식은 생애 초기 경험, 기질, 핵심적 정서 욕구 그리고 이 세 가지의 상호작용에 의해 아동기 혹은 청소년기에 발달하고 한번 형성된 인지도식은 생애 전반에 걸쳐 정교화됩니다. 청소년기 이후 인지도식은 다양한 삶의 경험을 통해 수정될 여지가 있지만, 자기영속화의 특성으로 인해 일반적으로 성인기에는 형성된 인지도식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사회적 사건들을 지각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도식이 수정되는 경우는 드물게 됩니다. 하지만 인지를 중심으로 한 심리치료 이론가들에 의해 우리의 특정한 정보처리 과정이 어떻게 형성되었으며 어떤 구조를 갖는지를 이론적으로 체계화하여 임상적 검증을 통해 우리의 행동이 적응적인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도록 개입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자신의 인지과정이 어떻게 처리되어 현재의 행동과 정서들이 유발하였는지를 이해하고 기능적이고 합리적인 정보처리가 가능하도록 변화시켜 나갈 수 있습니다.

 

<참고 및 발췌자료>

쉽게 풀어 쓴 성격심리학 / 김민정 저 / 학지사

인간 이해를 위한 성격심리학 / 권석만 저 / 학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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