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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이야기/성인상담

내 마음과 만나는 첫 번째 단추 : 감정의 인식(감정 알아차리기)

 

감정의 사전적 정의를 살펴보면 “어떤 현상이나 사건을 접했을 때 마음에서 일어나는 느낌이나 기분”을 뜻합니다. 우리가 여기에서 생각해 볼 부분은 바로 “일어나는 것”이 감정이라는 것입니다. “일어나는”은 노력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자연적 현상이라는 것이기 때문이지요. 감정은 이 글을 읽고 있는 순간에도 흘러가고 변화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는 엄청난 많은 감정들이 순간순간 일어나는데 왜 알지 못하고 깨닫지 못할까요?

 

첫째, 감정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우리의 우선순위에서 벗어나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자라오는 과정 가운데 신체가 발달되어 가듯이 감정도 학습되고 발달 되어야 하는데 보이지 않는 것이라 소외되어 잘 발달되지 못해 온 것이 사실입니다. 우리는 많은 경우에 눈물을 흘립니다. 마음에 슬픔이 찾아왔을 때, 혹은 주체하기 어려운 화로 인해, 혹은 억울해서, 표정에 다른 느낌이 있기는 하지만 너무 기뻐도 울지요. 더욱이 어린 아이는 자신이 왜 우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왜 울어?"라고 물어봤자 소용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이 울음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있는데 “뚝!” 하거나 “좋아하는 거 사줄께!”라고 주의를 다른데로 돌리는 것도 감정을 무시하는 태도가 되어 버리지요. 혹시 자신의 부모님 뿐 아니라 의미 있는 어른들 중에 “아고~ 우리 철수가 친구가 장난감을 뺏아가버려서 화가 났구나.” 혹은 “영희는 많이 속상해서 눈물이 나니?”라는 표현으로 감정을 받아 주신 분들이 계셨다면 정말 감사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아이 자신도 모르는 감정을 읽고 받아주셨기 때문이지요. 많은 경우 우리의 감정은 보이지 않기 때문에 다른 학습에 비해 뒷전으로 밀린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자신이 느끼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감정에 둔한 성인으로 자라나게 됩니다. 배울 시기를 놓쳐서 내가 화가 나서 우는지 슬퍼서 우는지 모르는 사람이 되어 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둘째,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감정학습은 내가 경험하는 일상의 생활 속에서 어떻게 반응하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게 만들어서 결국 어떻게 조절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까지 오게 되지요. 화는 나쁜 감정이 아닌데 화가 나는 것은 나쁘다는 생각 때문에 누르고 보지 않으려고 하다 정말 크게 폭발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셋째, 우리 나라의 정서이기도 하지만 감정표현을 장려하지 않기 때문에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을 몸으로 느끼며 자라서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노력을 하게 되지요. 특히 남성분들에 대해서는 더 그런 경우도 많구요. 그러다 보니 감정을 인식하는데 어려움이 발생되게 되는 것입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을 들어보신 적이 계시죠? 저는 이 말을 좀 다르게 “감정은 아는 만큼 표현할 줄 알게 되고 조절할 줄 알게 됩니다.”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렇다면 나는 이렇게 자라왔으니까 평생 이렇게 살아가야만 할까요? 아닙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나의 감정을 세심하게 느끼고 그 감정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귀 기울인다면 나를 이해하고 알아갈 수 있게 됩니다.

 

 

그럼 어떻게 감정을 느끼고 알 수 있을까요?

 

먼저, 감각을 통해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내 몸의 오감을 깨우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잠시 눈을 감아보시겠어요? 가만히 눈을 감고 조용히 귀에 들려오는 소리를 한 번 들어보세요. 머리, 목, 어깨, 팔, 손, 손가락, 등, 가슴, 배, 엉덩이, 다리, 발, 발가락... 내 몸이 어떤지 느껴보세요.

우리는 할 일은 많은데 시간이 모자라 마음이 분주해지고 촉박함을 느끼게 되면 목과 어깨에 힘이 많이 들어가서 아프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또는 화가 나면 심장이 두근거린다거나 부끄러울 때 얼굴이 빨개지는 것, 우울할 때 몸이 나른해지고 축 처지는 것을 느껴보신 적도 있을 것입니다. 내가 자주 느끼는 신체적 증상은 내 감정이 보내는 신호이니 놓치지 말고 한 번 귀 기울여 주시길 바랍니다.

 

두 번째는 생각을 통해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우리는 삶을 살아가면서 참 다양한 생각을 합니다. 그런데 그 다양한 생각들을 적어놓고 보면 모두 비슷비슷합니다. 생활습관에서 보면 지각을 자주 하는 사람은 학교도 직장에서도 친구를 만날 때도 지각이 잦은 것처럼 생각도 습관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이것을 ‘인지도식’이라고 부르는데 우리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많은 경험과 정보를 통해 비슷한 종류끼리 묶어 일종의 패턴을 만듭니다. A라는 자극에 대해서는 A라는 길을, B라는 자극에 대해서는 B라는 길로 가려고 하고 A와 B라는 길 사이를 연결할 수 있는 길도 만들어 냅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갑자기 주인공이 컵을 깨뜨린다거나 물건이 툭 하고 떨어지는 장면이 나오면 어떤 생각이 드세요? ‘이게 복선이지 뭔가 불길한 일이 생길거야.’라고 감지합니다. 어떤 사람이 자신은 강씨 성을 가진 사람과 선생이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하는 것도 강씨는 고집이 세고 선생은 고지식하고 가르칠려고 하기 때문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것처럼 ‘강씨라고? 고집이 세겠군.’ ‘선생이라고? 고지식하겠군.’하고 짐작하는 것도 모두 인지도식의 영향입니다.

나는 뭘해도 안되는 놈이야라는 생각의 길이 만들어져버리면 어떤 상황이 오던지 초지일관 부정적으로 반응을 하겠지요. 이 생각을 타고 좌절감, 실패감, 낙심과 같은 감정이 찾아오겠지요. 한 번 난 길로 가는 것은 쉽습니다. 그러나 혹시 내가 몇 가지 안 되는 마음의 길 속에서 헤매고 있다면 용기를 내어 새로운 생각을 개척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때 혼자의 힘으로 어렵다면 상담을 받게 되는 것이지요.

 

셋째, 경험의 단서를 통해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감정에도 생각과 같은 도식이 있습니다. 언젠가 한국인의 밥상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최불암씨가 음식을 맛보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장면을 본 적이 있습니다. 어머니의 손맛을 느끼게 되었다고 하면서요. " 그 때 그 기억이 올라와서 화가 났어요." "그 친구를 만나면 내 과거가 자꾸 떠올라서 괴로워요." 라고 말하는 것도 현재 일어난 사건이지만 그 사건 하나가 나를 과거의 장소와 그 때의 마음으로 데려갔기 때문입니다. 나의 마음에는 어떠한 단서가 과거의 기쁘거나 슬프고 아픈 기억들과 연결되어 있을까요? 감정을 잘 알아차리려면 우리는 마음과 연결된 감정의 단서들을 하나씩 발견해 나가야 합니다.

 

자! 지금 이 순간 최근 내마음에서 일어나고 있는 감정은 무엇인지, 혹시 마음의 신호등에 빨간불이 켜졌다면 잠시 멈추고 그 감정이 무엇인지 알아차리는 시간을 가져 보시기 바랍니다.

 

 

참고도서

감정이 있으니까 사람이다 / 황선미 / 소울메이트

감정의 성장 / 김녹두 / 위고